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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밤(7월 23일)에 쓴 본 글은 말숨 산문집 제 7권 \'그대 안해(安偕), 나의 어여쁜 신부여\'를 장식하는 마지막 글입니다. 3차교정까지 끝난 상태에서 쿰란 출판사의 특별한 양해를 구하여 추가원고로 보낸 글입니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몇 십 년 전 내가 살던 농촌 마을은 바뀌어도 몇 번 바뀐 셈이다. 좁은 도로가 잘 포장된 아스팔트로 시원하게 뚫렸고 고층 아파트도 여기저기 들어섰다. 신작로 길가에 있던 우리 집은 버스라도 지나가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어나는 뿌연 흙먼지를 그대로 마시며 살았다.
비포장도로는 항상 위험했다. 달리는 차바퀴에서 튕겨져 나온 돌에 맞아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먼지 날리는 위험한 도로를 하루 종일 똥 구루마를 끌며 생계를 유지하시던 아저씨가 있었다. 동네방네 다니며 “똥 퍼요 똥 퍼!”외치던 그 구수한 음성도 다시는 들을 수 없다. 바퀴가 모래 자갈에 물려 제대로 구르지 않는 구루마를 허리힘으로 힘겹게 끌면서 10여리 넘는 시내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오가며 인분을 퍼다가 밭에 뿌려주면 얼마 되지 않는 삯을 받아 민생고를 해결했던 것이다. 이런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도 점심 한 끼를 두부 한 모에 막걸리 한 잔으로 때우는 사람들을 늘 보면서 살았다.
그래서 그런가. 어쩌다 밖에서 나 혼자 점심 한 끼 때울 때는 아주 간편하게 김밥 한, 두 줄로 해결하고는 하는데, 이런 일에 나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도
느끼지 않는다. 여기에는 돈을 절약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런 식으로라도 서민들의 삶에 참여해 본다는 가치철학이 좋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야심(夜深)한 시각에 “달고 맛있는 앙꼬모찌~~~ 앙고모찌 사세요 ~~~”하며 동네를 관통하는 목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다가 아득히 사라져 가고는 했는데 이런 아련한 풍경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춥고 깊은 밤에 얼마나 힘들까. 돈이 있다면 하나 사 먹을 텐데....”
우리 동네에 정신이 돌아서 반은 발가벗은 몸으로 몇날 며칠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카락은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모습으로 허구한 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던 한 중년 여인이 있었다. 하루는 부엌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배가 고파 죽겠으니 밥 좀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 어머니가 귓속 말로 끼어들었다. “저 여자는 밥을 주면 주는 대로 무한정 먹는단다. 속에 거지가 들었기 때문이지. 그러니 조금 만 주고 네 밥은 네가 챙겨 먹어라!”
그러나 나는 측은한 마음에 국에 말아서 몽땅 주었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어린 나이에도 마음이 뭉클했다. 그 이후부터 나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너는 그저 남에게 퍼주기만 좋아하니 그래가지고 어떻게 살 수 있겠니?”
어느 분이 카카오톡으로 서울 초등학교 글짓기대회에서 1등한 ‘용욱이의 글’을 보내오셨다. 우리 모두가 그 어떤 느낌을 진하게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운 마음으로 여기 올려본다.
【사랑하는 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구로동에 사는 용욱이예요.
구로초등학교 3학년이구요. 우리는 벌집에 살아요. 벌집이 무엇인지 예수님은 잘 아시지요? 한 울타리에 55가구가 사는데요, 1, 2, 3, ... 번호가 써 있어요.
우리 집은 32호예요. 화장실은 동네 공중변소를 쓰는데 아침에는 줄을 길게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해요. 줄을 설 때마다 21호에 사는 순희 보기가 부끄러워서 못 본 척하거나 참았다가 학교 화장실에 가기도 해요.
우리 식구는 외할머니와 엄마, 여동생 용숙이랑 4식구가 살아요.
우리 방은 할머니 말씀대로 라면박스 만해서 네 식구가 다 같이 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엄마는 구로 2동에 있는 술집에서 주무시고 새벽에 오셔요.
할머니는 운이 좋아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취로사업에 가서 일을 하시고 있어요.
아빠는 청송교도소에 계시는데 엄마는 우리보고 죽었다고 말해요.
예수님, 우리는 참 가난해요. 그래서 동회에서 구호양식을 주는데도 도시락 못 싸가는 날이 더 많아요. 엄마는 술을 많이 먹어서 간이 나쁘다는데도 매일 술 취해서 어린애 마냥 엉엉 우시길 잘하고 우리를 보고 \"이 애물단지들아! 왜 태어났니... 같이 죽어 버리자\"라고 하실 때가 많아요.
지난 4월 달 부활절 날, 제가 엄마 때문에 회개하면서 운 것 예수님은 보셨죠.
저는 예수님이 제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말은 정말로 이해 못했거든요.
저는 죄가 통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던 거예요. 그런데 그날은 제가 죄인인 것을 알았어요. 저는 친구들이 우리 엄마보고 ‘술집 작부’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구요. 매일 매일 술 먹고 주정하면서 ‘다 같이 죽자’고 하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는지 아시죠. 지난 부활절 날 저는 \'엄마 미워했던 거 용서해 주세요\' 라고 예수님께 기도했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는 모습으로 ‘용욱아, 내가 너를 용서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저는 그만 와락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그날 성당에서 찐 계란 두 개를 부활절 선물로 주시길래 집에 갖고 와서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드리면서 생전 처음으로 전교(傳敎)를 했어요.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구요. 몸이 아파서 누워 계시던 엄마는 화를 내시면서 \"흥, 구원만 받아서 사냐\" 하시면서 \"집주인이 전세금 50만원에 월세 3만원을 더 올려 달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구원만 말고 50만원만 주시면 네가 예수를 믿지 말라고 해도 믿겠다.\" 하시지 않겠어요.
저는 엄마가 예수님을 믿겠다는 말에 신이 나서 기도한 거 아시지요?
학교 갔다 집에 올 때도 몰래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했잖아요.
근데 마침 어린이날 기념 글짓기 대회가 덕수궁에서 있다면서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뽑아서 보내 주셨어요. 저는 청송에 계신 아버지와 서초동에서 꽃가게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던 때 얘기를 그리워하면서 불행한 지금의 상황을 썼거든요.
청송에 계신 아버지도 어린이날에는 그때를 분명히 그리워하시고 계실 테니 엄마도 술 취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 주면 좋겠다고 썼어요.
예수님, 그날 제가 1등 상을 타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시지요?
그날 엄마는 너무 몸이 아파서 술도 못 드시고 울지도 못하셨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뜻 밖에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글짓기의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할아버지 동화 작가 선생님이 물어물어 저희 집에 찾아오신 거예요. 대접할 게 하나도 없다고 할머니는 급히 동네 구멍가게에 가셔서 사이다 한 병을 사 오셨어요.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똑똑한 아들을 두었으니 힘을 내라\'고 위로해 주셨어요.
엄마는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엄마가 일하는 술집에 내려가 계시면 약주라도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하니까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지으신 동화책 다섯 권을 놓고 돌아가셨어요.
저는 밤늦게까지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동화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책갈피에서 흰 봉투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펴 보니 생전 처음 보는 수표가 아니겠어요. 엄마에게 보여 드렸더니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시다니\" 말씀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할아버지께서 오셨지만 사실은 예수님께서 주신 거예요\' 라고 말하는데, 엄마도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애 용욱아, 예수님이 구원만 주신 것이 아니라 50만원도 주셨구나.\" 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할머니도 우시고 저도 감사의 눈물이 나왔어요.
동생 용숙이도 괜히 따라 울면서 \"오빠, 그럼 우리 안 쫓겨나구 여기서 계속 사는 거야?\" 라고 말했어요. 너무도 신기한 일이 주일날 또 벌어졌어요.
엄마가 주일날 성당에 가겠다고 화장을 엷게 하시는 것이었어요.
미사에 가신 엄마가 얼마나 우셨는지 두 눈이 솔방울 만해 가지고 집에 오셨더라구요. 나는 엄마가 우셨길래 \'또 같이 죽자\'고 하면 어떻게 하나 겁을 먹고 있는데 \"용욱아, 그 할아버지한테 빨리 편지 써, 엄마가 죽지 않고 열심히 벌어서 주신 돈을 꼭 갚아 드린다고 말이야.\" 라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저는 엄마가 저렇게 변하신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 했어요.】
글에 나타난 용욱이의 마음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짠한 마음에 울컥 목이 메인다.
있는 그대로의 삶이 솔직하게 녹아있는 글 한편을 통해서 삶의 애환과 진실을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복 중에 복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바울 사도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간곡히 권면했던 말씀도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싶다.
‘네가 이 세대에서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
이것이 장래에 자기를 위하여 좋은 터를 쌓아 참된 생명을 취하는 것이니라’(딤전6:17-19).
\"지금 여기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네. 마음을 높이지 말아야지....”하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 여호와께서 우리를 광야에서 만나실 때
마치 독수리가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업는 것 같이
보호하시고 눈동자같이 지키셨다 (신32:10-11).
*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예수님께 한 것이다.
마음이 낮아져서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하나님으로 알고 섬겨야 한다(마25:40 눅9:48 눅16:10).
* 성령님이 내 마음에 오시면
마음이 뜨거워지고 애통하는 마음이 솟아나며
새로운 힘으로 기도 할 수 있게 된다
(요20:22 눅10:21 요14:26 행7:55).
* 나 자신의 추악한 죄성은
기도할 때 가장 명확히 발견된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긍휼과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심정으로
주님을 응시한다(눅18:10-14. 잠28:13 마18:33 엡4:32).
* 무자격자 의식이 깊어지면
고통의 어둔 밤에 머무르며
철저히 나 자신을 죽이기를 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자기 부정의 길이라는
새로운 기도의 지평이 열리게 된다
(눅18:10-14고전15:10.눅15:18-19).
◆ 저는 신앙의 여정 가운데 특별한 의미의 삶과 죽음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어느 교회이든 제게 간증 설교할 기회를
주시면 기꺼이 제 자신을 헌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숨\' 산문집 1권을 구매해 주시면 1권이 사랑의 선물로
전국 교도소, 군, 경찰, 학원, 병원에 님의 이름으로 기증됩니다.
(각권 13,000-15,000원. 전6권. 농협:301037-51-098385.
호산나교회 010-9059-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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